/ 올드함과 새로움을 넘어선 미지의 것을 드러나게 만드는 스토리텔러 효은은?

저는 심플하게 키워드로 설명하는 걸 좋아해요. 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드라마랑 영화가 재미있더라구요. 학창시절 내내 해리포터나 삼국지를 교과서 밑에 숨겨서 몰래 읽을 정도로 좋아했었고, 특히 스토리를 통해서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소설, 영화, 게임 등 관련된 모든 분야에 더 깊이 빠져들었고,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내가 느끼는 이 즐거움을 나눠주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졸업 직후에 게임 기획자로 일하면서 게임 스토리도 써보고, 캐릭터도 기획해보면서 게임 컨텐츠 전반에 관해 배울 수 있었고, 그 후에는 영화 마케터로 일하면서 시나리오 분석, 컨텐츠 마케팅, 영화 아트웍 작업 등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경험을 쌓았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스토리는 저에게 미지의 분야인 것 같아요. 소재도, 형식도, 주제의식도 무궁무진하게 변할 수 있고, 각 세대별로 즐기는 스토리도 전부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스토리 관련 일을 하다 보면 항상 틀을 깨려고 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큰 즐거움이죠.

우연한 행운이라 표현한 뉴욕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나요?

뉴욕은 저에게 우연한 행운이랄까? 흔히 말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도시에요. 저는 살면서 단 한번도 해외에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왜냐면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한국에 있다보니 굳이 어려운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 자신이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작은 리스크도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삶의 방향이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버티자는 식이었죠. 이렇게 살다가 눈을 감을 때 ‘아, 참 걱정없이 조용히 살았다’ 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진짜 행복한 삶을 산 게 맞을까?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고, 한국이라는 무한 경쟁 사회만 경험하면서 실패에 너무 겁쟁이가 되어버린 제 자신을 바꾸고 싶었어요. 때마침 좋은 기회에 남편과 함께 뉴욕에 오게 되었죠. 처음 뉴욕에 왔을 땐 기대했던 것만큼 도시를 즐기지 못하고 지금의 제 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만 3개월은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찾아다니며 즐기고 있어요. 신기한 건 뉴욕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들이 꼭 저에게 새로운 것들을 알려줘요. 새로운 기회가 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더라구요. 도시 자체도 흥미롭지만 전 세계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통해 많이 성장하고 있어요.

약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지루할정도로 주장해온 방법론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실용적인 그러나 약간은 앞선 아이디어들이 말로 끝났던 것이 아니라 실현의 직전 단계까지 시도해 왔던 그 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외에도 15년이 넘는 기간동안 코즈믹스테이션 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동키호테처럼 시도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진하면서도 변하지 않았던 것은 세상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자세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들고 밝게 만드는 것이 하나의 미션처럼 추진해 왔다는 것이 인상적이라 볼수 있습니다.

왜 Junhwan Paul Kang은 선택되었는가?

요즘 스스로 가장 즐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혼자 다니는 걸 즐기게 됐어요. 특히 혼자서 뉴욕의 맛집들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고독한 미식가가 롤모델이에요. (웃음) 한달 예산을 대략 정하고 그에 맞춰서 어디를 갈지 계획을 세워둬요. 밥 값이 비싸다 보니 한번 갈 때 정말 신중해 지더라구요. 그리고 예전엔 혼자 밥 먹는게 창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남의 눈치 안 보고 내가 먹고 싶은 걸 자유롭게 골라서 천천히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심심할 땐 다른 테이블을 구경하며 어디서 온 사람들일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등 온갖 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해요. 워낙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잖아요. 그러다보면 작은 단편 영화 하나를 공짜로 보는 기분이에요.

일상의 중압감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나요?

저는 왜 이렇게 일상의 중압감을 많이 느끼는 지 모르겠어요. (웃음) 그래서 제가 잘 해결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아요. 저의 경우엔 남들이 보기엔 정말 별 일 아니고 모든 게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는 과정 속에서도 정말 중압감을 많이 느껴요.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잃으면 어쩌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뉴욕에 와서 몇 개월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놀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중압감을 느꼈는지 그새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하고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면 공원에 나가서 걷기 시작했어요. 시간을 정하고 걷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걷다가 꽃이 예쁘면 앉아서 쉬다가 사진도 좀 찍고. 그렇게 걷다 보면 머릿속에서 신기하게 오늘 하루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들이 떠올라요. 그럼 계획을 확실하게 짜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실행해요. 중압감을 이겨내는 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생각보다 이겨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잠시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중압감 대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차오르더라구요. 속으로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주문을 함께 외워주면 더 도움이 될 거에요.

3년 뒤엔 미디어 관련 석사를 마치고 VR 컨텐츠 제작사에서 첫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디에 있든 계속해서 스토리와 관련된 재밌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 미국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기술과 융합해 스토리를 좀 더 경험의 차원으로 확장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기존 미디어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흥미가 생겨서 선택했어요. 무작정 스토리 관련 게임도 만들어보고 단편 소설도 써보려고 하고 있어요. 실패하더라도 좋은 자산이 될 거라고 믿고 고민보다는 일단 배우고 도전하려구요.

당신의 3년 뒤 모습을 상상해주세요.

당신에게만 있는 특별함, 그리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다른 사람들한테 특별한 선물을 해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게 그 사람의 평소 취향과 요즘 관심있는 것들, 또 요즘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하나 하나 다 기억해야 정말 의미있는 선물을 해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요즘 트렌드에 맞는 건 뭔지, 그 물건을 파는 곳은 어디인지 한참을 찾아야 하는데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선물 받는 사람이 만족스러워 할 때 저도 너무 기쁘더라구요.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니까 직업병처럼 선물 받는 사람의 니즈가 뭔지 파악하고 최적의 전략으로 만족 시켜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일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면서 하다 보니 점점 저만의 강점? 특별함?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무언가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아이돌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는 것?

짧은 프로필

01
이름

효은 김

02
생년월일

1991년 8월 18일

03
태어난 곳

서울, 대한민국

04
사는 곳

뉴욕, 미국

05
직업

컨텐츠 디렉터, SeedB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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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잊지 못할 특별한 일탈 혹은 삐딱함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것은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사실 대단한 일탈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유럽 배낭 여행인 것 같아요. 대학생이 되니까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보고 싶더라구요. 때마침 대학 동기였던 친구가 중간고사 일주일 전에 시험이 끝나면 같이 유럽 여행을 한달 정도 가자고 갑자기 제안을 하는 거에요. 보통 유럽 여행은 몇 개월씩 철저히 준비하고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에 가듯이 말해서 처음엔 못갈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 다음날 친구가 항공권, 숙박권, 기차표를 다 찾아서 보여주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유럽에 가게 됐어요. 준비할 시간이 없었으니 당연히 도착해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길도 많이 헤매고 맛 없는 음식도 매일 먹고 하다가 로마로 가는 열차를 탔어요. 덜컹거리고 불편해서 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창 밖으로 해바라기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더라구요. 글이나 이미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정말 그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경험을 하고 나니까 직접 체험하는 것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그 뒤로 어디든 시간만 나면 충동적으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인생을 경험하는 데 투자하자!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프랑크푸르트에서 맥주잔을 붙잡고 아쉬워서 엉엉 울었던 게 생각이 나요.

요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지금은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우선 뉴욕을 기반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만나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인 ‘Opencreators’를 시작했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뉴욕에서는 사람이 자산이거든요. 뉴욕은 이미 많이 알려진 도시라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진짜 뉴욕은 이곳 사람들의 에너지에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예술적인 영감 등을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커뮤니티형 프로젝트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로는 ‘VR 스토리 게임’을 기획하고 있어요. 아직 초기 기획 단계지만 여러 딜레마를 스토리를 통해 체험하면서 플레이어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어요. 처음으로 직접 코딩과 디자인까지 배워가면서 전부 혼자 작업해 나가고 있어요. 더디지만 성취감이 큰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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